소설(小雪)을 지나 겨울의 한복판으로 향해 가는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따끈한 손두부가 더욱 그리운 계절이다. ‘한번도 안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지리산 가는길 ‘어머니표 손두부’ 동호상회를 찾았다. 이번호의 주인공은 동호상회 안주인 배정희(60)씨다. 함양군 휴천면 남호..
함양읍 간선도로변에 며칠 전부터 태극기와 베트남 국기(금성홍기·金星紅旗)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낙원사거리에서 함양고 쪽 두루침교를 채 못 가서다. 수많은 가로등 중 유일하게 이곳에만 양국 국기가 게양돼 있다. 함양으로 시집온 뒤 토박이보다 함양을 더 사랑한다는 베트남댁 자매가 자신들의 가게 개업을..
“몇 년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했고, 목표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끝까지 버티는 자가 승리자다.” 아세아기계상사 박찬익(67) 대표가 농기계를 수리하고 판매하며 40년 외길인생을 살아오면서 몸소 깨달은 삶의 교훈이다. 박 대표는 함양군 학생실기대회에 배제초등학교(지곡면 소재) 학생 대표로 ..
“산은 내게 은행 같은 것이다. 언제나 건강한 먹거리를 풍족하게 내어준다.” 산야초연구가이자 약선요리연구가인 강명권(56)씨는 산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강명권이라는 이름보다 ‘백경 선생’으로 더 알려져 있다. 백경(百炅)은 지인이 지어준 그의 호다. 약초의 대가로 불리는 백경 선생을 함양군 서하면 ..
‘송문영’, 그는 이름 석 자만 대면 달리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우리나라 서각계의 거장이다. 삼림 송문영(64) 작가를 함양군 서하면 황산마을 자택에서 만났다. 황산마을은 송 작가가 태어난 곳이다. 자신의 호를 딴 삼림(森林)서각연구소 겸 작업장인 공방도 함께 있다. 그는 군대생활을 전후한 10여년..
“사람마다 사연이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안 해본 장사가 없어. 송이도 팔고, 산양삼도 팔고, 호박, 무, 고추, 산나물... 안 파는 게 없지.” 함양군 함양읍 지리산함양시장 입구 화신상회 앞에서 자판을 펼치고 버섯과 야채 등을 판매하는 이춘옥(75) 씨는 홀몸으로 4남매를 키우며 힘겨운 세월을 이겨낸 여장부다..
전통 한옥 건축으로 사업 확대, 20년간 전국에 600여 채 ‘상량’ “갈구리(갈퀴)가 작아 다 못 긁어모았지 한창 때는 정말 엄청나게 벌었다. 빌려 주고 못 받은 돈, 보증 잘못 서서 갚아준 돈, 미수금 등 이것만 모았어도 함양에서 몇 번째 부자는 됐을 거다.” 함양군 함양읍 이은농공단지 내 동아제재소 정만..
“정직한 마음으로 내일보다는 오늘에 최선 도전했던 사업마다 대박…운이 좋았을 뿐” “어떤 일이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고 차별화하면 경쟁력이 생긴다. 음식 맛이 좋다기보다 건강식에 대한 트렌드와 맞아떨어져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함양군 함양읍 상림공원 인근 ‘늘봄가든’ 김원곤(57)·김청화(45)..
“머리를 잘하니까 오지, 못하면 오나. 30년 넘게 이 집만 다녔는데 당연히 단골이지. 이 집에 오는 사람들은 다 단골이야. 나는 오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어. 원장이 참 좋아.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추석을 앞두고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김미용실(함양읍 용평리 산림조합옆)을 찾은 손님들은 김혜숙(58) 원장..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 지리산둘레길 3코스의 종점이자 4코스의 시작지점이다. 마을초입에 폐교를 활용한 ‘지리산둘레길 함양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 센터에 길손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고 지친 몸도 쉬어 갈 수 있는 음식점이 지난 5월 문을 열었다. 이제 넉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지만 벌써 입소문..
“다른 사람의 눈에는 소꿉장난하듯 보였겠지만 제게는 꿈이 있었다. 처음 시작한 농사일이라 쉽지 않았다. 5년 정도 농사를 짓다보니 길이 보인다.” 서울에서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잘나가던 IT계열 정부 유관기관에서 근무하다 돌연 사직서를 내고 귀농을 선택했다. 고향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서비와송농장 정원섭(47·함양읍 중앙시장길) 대표를 지곡면 효산마을 인근 그의 농장에서 만났다.
한국 대표로 일본 대회 우승도 게이트볼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시절 책을 통해 경기 규칙과 기술을 터득해 함양군민들에게 보급했다. 그때는 회원을 모집하고 생소한 게이트볼을 알리는 게 참 힘들었다. 여성에게 운동을 배우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벌써 20여년 전 이야기다. 군민들에게 게이트볼을 처음 ..
“체인점 내달라는 사람은 많았지. 지금도 있고... 식당을 확장해보라고 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럴 생각도 없다. 건물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몰라도 그전까지는 여기서 계속해야지.” 함양읍 성심병원 옆길에서 까치식당을 운영하는 박순남(56)씨의 말이다. 까치식당은 닭갈비가 주메뉴인 식당으로 원조 춘천닭갈..
‘그랜드슬램 인증서와 메달이 도착했다. 그간의 결정물을 받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무언가 시작하고 도전한다는 건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1톤의 생각보다 1그램의 행동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는 철학을…’ 박갑열(57) 수동농협 전무가 최근 사이클링 로드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달성 인증서와 메달을..
해발 700~1000m 대봉산 자락에 단일농장 최대 규모 15만평 일궈 “지금까지도 함양이 잘해오고 있지만 함양삼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해 ‘함양삼은 틀림없는 삼(蔘)’이라는 인식이 확실하게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2020 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 유치는 함양군 500여 산양삼 재배농가는 물론, 함양군민 모두의 관심..
“기호에 따라 선호하는 커피 맛이 다르겠지만 핸드드립으로 커피 고유의 맛을 온전히 전하고 싶다.” 젊어서부터 바리스타를 꿈꾸며 관심을 가져오다 마흔이 넘어서야 그 꿈을 이뤘다는 함양읍 커피플라워 전서연(51)씨. “커피를 좋아해 핸드드립 커피에 관심이 많았다”는 전씨는 10년 전 공설운동장사거리에서 ..
옷과 함께한 40년 세월, 옆 돌아볼 시간도 없었지만 사랑이야기는 1박2일도 모자라 “다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옆 돌아볼 시간도, 한눈팔 시간도 없이 살았다. 이 일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40년 세월이다.” 함양읍 함양성당 맞은편에는 최도호(59)·김영미(57)씨 부부가 30년째 붙박이..
친정 가업이어 70년이 눈앞군민들 사랑방 역할도 ‘톡톡’ 지리산함양시장내 상가번영회가 운영하는 쉼터 ‘다방’ 맞은편에 여느 점포와 다를 바 없는 낯익은 포목점이 있다. 송신숙(67)씨가 운영하는 송일상회이다. 송일상회는 친정아버지와 어머니가 운영하던 포목점을 송씨가 이어받아 지리산함양시장에서는 ..
칠순기념 생애 네 번째 시집 <호박에서 달리를 읽다> 출간 “고무신공장 공돌이, 중국집 뽀이, 아이스케키 장사, 행자생활도 해봤지. 안 해본 게 없어. 출판사에도 근무 했었고, 우편집배원은 한 20년 했나, 집배원을 가장 오래했지. 한 40년 외지를 떠돌다 고향에 돌아왔어.” 지리산 시인으로 불리는 문..
가족 걱정에 장교 임관 고사, 훈련소 조교로 신병 교육 “장교로 현지임관 했으면 별 두 개는 달았을 거야”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민족의 큰 생체기로 남은 6·25도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아흔을 넘긴 한 노병(老兵)에게는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6..